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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파도와 춤추다
포항 해파랑길 13코스

굽이치는 파도와 춤추다
포항 해파랑길 13코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바다가 넘실대는 해파랑길은 총 10개의 구간, 50여 곳의 여행지, 거리770㎞에 달하는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초광역 걷기길이다.
새해의 희망을 담은 태양빛이 반짝이는 우리를 응원하는 해파랑길 13코스로 가보자.

글 최미연 / 사진 편집실

바다와 파란하늘과 사람과

포항 해파랑길 13코스는 양포항을 출발해 구룡포항까지 총 거리 19㎞에 이르는 시원한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다. 해파랑길은 부산과 울산, 경주, 포항, 울진, 영덕, 삼척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770㎞에 달하는 길이다. 그래서 트래킹족과 배낭여행족들은 아름다운 이 해파랑길을 두고 언젠가 한번은 꼭 걸어봐야 하는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골목에 숨겨진 풍광의 보물

특히 그중 13코스인 해파랑길 포항구간은 해파랑길 중에서 가장 긴 구간이며 여섯 개 코스에 걸쳐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13코스는 양포항을 출발해 금곡교까지 2.6㎞, 구평포구까지 8㎞, 장길리 낚시공원까지 1.5㎞, 종점인 구룡포항까지 6.9㎞에 이른다.
양포항은 문어와 아귀의 주 생산지일뿐만 아니라 풍부한 수산자원으로 어선 이용률이 높은 지역이다.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후 다기능어항으로 개발됐고, 요트계류장과 해상공연장, 광장 및 조경시설 등 해양레저 시설이 조성된 쾌적하고 아름다운 관광 어항이기도 하다. 양포항을 제대로 즐기려면 긴 방파제를 걸어 보아야 한다. 길게 놓인 방파제 덕분에 우리는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진다. 걷는 동안 흘린 땀을 청량한 바닷바람에 맡겨 놓고 우리는 등대와 고깃배와 푸른 바다와 이어진 하늘을 감상하면 된다.

해파랑길을 걷는 매력 중 하나는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듯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해파랑길의 곧은 길은 아니지만 샛길로 빠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을 골목으로 들어서서 야트막한 산길을 오르면 영암 갓바위가 보이는데, 옛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가 이곳에서 잠시 갓을 풀어놓고 쉬다가 갓을 잊고 그냥 가버렸는데, 그 갓이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갓바위가 동해에 해가 뜰 때마다 조금씩 자랐는데 이에 신령스러운 바위로 여겨 치성을 드리면 효험이 있었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관암(冠岩)에서 영암(靈岩)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르게 되었다면 조금 더 걸어 장기 일출암을 만날 수 있다. 우뚝 솟은 바위에 누가 심어놓기라도 한 듯 그림처럼 자라고 있는 소나무와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는 그야말로 절경 중에 절경이다.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쓴 육당 최남선은 이 ‘장기 일출’ 풍광을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았을만큼 빼어난 광경을 연출한다.

일출암은 금곡교에서도 보일만큼 가까이 있는데, 다리 아래로는 장기천이라는 지방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장기읍성과 다산 정약용 선생, 우암 송시열 선생이 귀양살이를 했던 장기초등학교 앞을 지나 흐르는 개천이다. 정약용 선생은 8개월 정도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전남 강진으로 옮겨 18년간 귀양살이를 했고, 송시열 선생은 이곳에서 4년간 귀양살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양포항과 금곡교 구간은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 찾아가는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바다와 함께 시간을 낚는 곳

가장 먼저 달빛이 젖어드는 양포항을 지나면 장길리 낚시공원에 조성된 휴식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장길리 복합 낚시공원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지난2009년 조성된 해안공원이다. 편의시설을 잘 조성해 놓아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장길리 항구의 희망등대는 물고기와 새싹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포항시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 희망을 상징하는 높이 10m의 적색 등대다. 밤이 되면 조명에 의해 새싹과 물고기 비늘 형상이 잘 표현된다. 특히 바다 위 보릿돌위까지 일자로 쭉 뻗은 보릿돌교와 해안을 따라 형성된 산책로 데크, 해안물놀이장과 해상펜션, 부유식 낚시터, 잔디공원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곳을 잠시 지나는 관광객들에게도 더 없이 좋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보릿돌은 장길리 앞바다에 있는 갯바위이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보릿돌교와 연결된 큰 갯바위가 '안보릿돌', 조금 더 먼바다에 위치한 작은 갯바위가 '바깥보릿돌'로, 낚시꾼들에게는 천혜의 포인트로 알려져 있었다. 보릿돌의 이름과 관련된 유래가 전해지는데 '보릿고개를 면하게 해 주었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지만, '섬 두 개가 각자 따로 떨어져 있다’는 의미에서 보릿돌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버릿돌·보릿돌(麥岩, 맥암)은 갯바위 모양이 보리 같다고 해서 보리암(麥岩) 또는 보릿돌이라고 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때마다 이 바위 아래 바다에서 미역이 많이 나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구룡포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항구로 알려져 있다. 구룡포 해변은 바닷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완만하여 낚시객과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구릉지가 많고 평지가 적은 구룡포의 지리적 특징으로 이곳은 수산업이 비교적 발달했는데 오징어와 꽁치, 대게의 어획고가 많고 다무포 앞바다는 고래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의 침탈 흔적을 간직한 구룡포항은 실감 나게 복원한 일본인거리에서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비교하며 걷는 재미가 좋다. 과메기로 대표성을 갖는 특화된 음식문화도 이 구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구룡포 삼정리 주상절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절리가 벌집 구조를 하고 있는 반면, 이곳 삼정리 주상절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화산이 폭발하는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 사선으로 용암이 분출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절리는 쪼개지는 방향에 따라 판상절리와 주상절리로 나뉘는데,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는 속도에 따라 단념의 상태가 사각형 내지, 육각형의 다면체 돌기둥으로 나타는 것을 말한다. 화산암 암맥이나, 응결응회암 등에서 주로 생긴다. 주상절리의 방향은 냉각이 진행되는 방향과 일치하는데 용암이 지표로 분출하여 냉각될 때 아래로는 지표면, 위로는 공기와 접촉하여 냉각이 이뤄짐으로써 형성된다. 구룡포 주상절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환산이 폭발하는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화산이 폭발할 때 사선으로 용암이 분출하면서 주상절리가 형성되어 흡사 당시 용암 폭발 지점과 분출 장면이 그대로 사진에 담긴 듯 멈추어 있어 신기함이 그지없다.

연간 백만 명 이상이 찾는 호미곶은 포항의 상징이며, 생각지 못한 숲 속 임도길이 장장 20km 이상 이어지며 색다른 묘미를 준다. 포항 시내를 지나는 구간은 포항제철로 인식되는 이 지역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으며 여타 구간과 차별성을 가진다. 호미곶은 한반도를 포효하는 호랑이의 형상으로 볼 때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예로부터 국운 상승과 국태민안의 상징으로 최고의 명당, 명승이라고 전해왔다.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호미곶은 연중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새해 첫날이면 새날을 맞이하기 위해 가슴마다 소원을 싣고 달려오는 희망의 성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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