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송ISC 4분기 이슈리포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송ISC 4분기 이슈리포트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와 리터러시의 합성어로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하고 해석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능력을 지칭하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기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회전반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글·이미지 방송ISC, 편집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매체 간 융합 현상의 확산은 언론의 정보독점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변화시켜 정보를 독점적으로 생산해내는 언론사 못지않게 일반 이용자들이 개인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더 빠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기자들보다 더 전문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 정보 유통의 많은 부분을 대중에게 넘겨주는 시대가 왔다. 소셜미디어의 성장은 그 영향력에 따르는 책임과 공적 의식까지는 동반 성장시키지는 못해 상업적 동기를 숨긴 유사 정보들과 가짜 뉴스들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뉴스와 혼재되기 시작함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또한 새로운 기술의 활용 문제, 새로운 사회의 윤리 및 규범형성, 사회적 상호작용능력 등 미디어 리터리시 역량에 대한 재정의와 관련 정책 발굴이 필요하게 되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20여 년간 리터러시 교육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국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는 주요 기관 및 단체는 아래의 표에서 보듯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주로 정부와의 연계 하에 공교육에서 수행하는 교육 기반에 입각한 미디어교육이 주로 수행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기관 | 기관 분류 | 운영 프로그램 |
---|---|---|
한국언론진흥재단 | 기금관리형준정부기관 | FORME(교육프로그램) |
시청자미디어재단 | 위탁집행형준정부기관 | 상설교육 프로그램, 학교미디어 교육 |
청소년보호위원회 | 정부기관 | 미디어교육 등 |
한국정보화진흥원 | 위탁집행형준정부기관 | 학교CEO연수, 교원원격직무연수, 정보윤리학교 등 |
한국인터넷진흥원 | 위탁집행형준정부기관 | 인터넷문화 교육,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
한국저작권위원회 | 기타 공공기관 | 저작권 교육 |
KT그룹 희망나눔재단 | 재단법인 | 개인정보보호교육 등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 시민사회단체 | 미디어교육 |
민주언론시민연합 | 시민사회단체 | 언론학교 |
매비우스 | 시민사회단체 | 청소년 지도자, 현장 활동가 등 대상 미디어교육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위탁집행형준정부기관 | 정보이용 건전화 프로그램 운영, 그린i 캠페인 |
정부 차원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전국에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설립되어 현재 권역별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주로 방송과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ICT융합 시대에 걸맞는 교육기관으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시민단체와 대학에서 전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미국 교육부의 발표를 계기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하고 있는데 별도 교과목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하기보다 전 교과목에 걸쳐 다양한 미디어(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사용하여 비판적 사고력,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협동능력, 디지털 미디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문 미디어 교육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국의 경우 1998년부터 국정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등교육과정(15세 이상)에 ‘미디어 연구’라는 별도의 선택과목을 운영할 정도로 미디어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학교에서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양성 트랙이 별도로 존재하며 주요 내용은 미디어의 비판적인 분석과 창조적인 미디어 제작이라는 두 가지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호주도 영국과 비슷하게 정규 교육과정에서 미디어연구라는 별도의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판적 미디어 읽기와 창의적 미디어 제작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위와 같이 그동안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기관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은 크게 1)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디어 소비자의 보호 인지능력 2)폭력성과 상업성 등과 같은 미디어의 부정적 효과 이해 능력 3)선정성 및 양성평등 등과 관련된 성 인지력 4)특정 정보가 사실인지 허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판별능력 5)미디어로 인한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인지능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이제 전통미디어 뿐만 아니라 누구나 미디어의 생산자와 제작자가 되는 시대가 열렸으며,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딥페이크(Deepfake)와 같은 가짜 동영상도 AI가 제작하여 배포하는 시대가 됨에 따라 특정 정보가 사실인지 허위인지를 판단하는 정보판별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기존 전통미디어와 달리 정파성이나 주관성이 강한 특성이 있어 정보의 객관성을 판단하여 인식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 매체 때보다 더욱 심각한 타인의 권리침해를 가져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초상권과 저작권 침해, 인권침해 등으로 이러한 타인 및 집단의 권리를 존중할 줄 아는 인지능력의 형성이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에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의 전환기에 등장했던 컴퓨터 리터러시와 정보 리터러시가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 논의를 가져왔듯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과 이용, 활용역량의 격차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직업 관점에서 이러한 디지털 도구나 기계와의 협업능력과 활용능력 등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데 필수적이며 기술 소외계층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측면에서 활용수준의 향상은 그 계층의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경제적 활동에 큰 영향을 주고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대두는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정보와 서비스, 제품 소비를 통해 자신의 판단과 관계없이 원하는 정보와 유사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검색이력, 위치, 소비정보 등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선별해주는 개인화된 공간에 갇히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심화시켜 정보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리터러시 교육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결합이 가져오는 추천 정보와 맞춤형 정보, 개인화된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력과 판단 능력까지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비대면적으로 관계를 맺고 정보를 공유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개인의 내밀한 정보와 프라이버시, 인격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갈수록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통제와 보호가 어려워지고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러한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OECD나 세계경제포럼(WEF)등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들을 재정의 하고 있으며 그러한 역량들이 대부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역량과 일치하고 있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리터리시 교육이 미래사회를 대비한 인재 육성의 준비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OECD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행한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 핵심직무능력 정의) 프로젝트’ 이후 다양한 미래핵심역량 연구들을 통해 2030년 미래 역량 네 가지 중의 하나로 정보-미디어-테크놀로지 역량을 꼽고 그 중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ICT 리터러시 교육을 핵심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미래 직업에 필요한 10대 핵심역량을 제시하였으며, 21세기 핵심역량의 가장 기초적인 능력인 ICT 리터리시가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디어 기술의 변화는 과거의 문자언어나 영상언어에 대한 교육 뿐 아니라 디지털언어(예: 코딩교육과 ICT)를 통해서 발현되는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생산자 관점에서 활용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과거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추구하던 핵심역량도 변화하였으며 새로운 리터러시 직무역량을 어떻게 공식적 교육기관 및 비공식적 교육기관에서 가르쳐야할 것인지 대처가 시급하다.
새로운 미디어 리터러시 직무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정책적 이슈는 크게 교육과정 개발 보급, 교육관련 법제 정비, 수준과 효과 측정 및 평가도구, 활용사례 확산, 이론과 개념 연구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한국의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은 프랑스나 핀란드처럼 이를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가 없으며 특히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해 교육하려는 관련 법안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콘트롤 타워 및 법규 정비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강사를 양성하여 각급 교육기관에서 활용하는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 현재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 전문강사 양성은 민간자격으로 (사)한국국공립대학교평생교육원협의회가 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협약을 맺어 부여하고 있으며 ‘방과 후 미디어교육사’를 양성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표준화된 커리큘럼 개발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와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2019년 현재 방송통신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개발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방송서비스’ NCS에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직무내용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교육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보급하여 그 활용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 특성을 고려하여 표준 커리큘럼 개발, 전문강사 양성 및 강사풀 확보 등을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통해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