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

'점심(點心)'이란 '마음에 점을 찍다'라는 의미다. 밥을 먹는 행위가 곧 마음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우리에게 작은 점 하나를 찍어준다.

작은 농촌으로 돌아온 주인공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나며 삶에 작은 쉼표를 준다. 혜원은 시험, 연애, 취업 중 어느 하나라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재하와 은숙은 혜원과는 다른 이유로 고향에 머물러 있다. 재하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돌아왔고, 은숙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세명의 청춘은 직접 농작물을 키우며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고, 식탁에는 이들을 위로하는 듯 따뜻하고 정갈한 음식이 차려진다.

처음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에는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스스로 키운 작물들로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모든 것과 잠시 이별하고 고향에 돌아와 허기를 달래는 것으로 시작한 고향 생활은 어느새 자신만의 작은 숲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허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밭에서 직접 딴 새빨간 방울 토마토와 아삭거림, 토실토실한 알밤으로 만들어낸 밤조림, 알록달록 꽃잎으로 치장한 스파게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 직접 빚은 막걸리 등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그리운 음식들이다. 이들의 청춘만큼이나 싱싱한 채소들과 상쾌한 바람, 그리고 높은 곳의 태양이 이들의 하루하루를 맛있게 빛내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요리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매개로 등장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친 자신을 위로하고, 길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는 요리가 등장한다. 엄마를 이해하는 방식과 엄마가 어린 혜원을 홀로 키워낸 삶의 기반에도, 그리고 재하와 은숙과의 관계 속에서도 요리가 있다. 친구와 다툰 후 요리를 하는 것도 혜원의 위로 방식이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요리인 것이다.

이처럼 음식들을 보며 우리는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주인공 혜원은 엄마를 떠올리며 하나하나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식탁에 차린다. 누군가는 엄마가 해 준 집 밥이 그리웠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떠올랐을 것이다. 음식이 이런 것이다. 냄새와 색깔, 맛을 통해 사람과 추억과 경험을 되살려내는 것.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든든한 집 밥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채워간다.
SNS가 발달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과시욕이 너무 커져버려 화려하고 예쁜, 그리고 값비싼 것들에 주목하곤 한다. 그래서 땅을 가꾸고, 비와 바람을 기다리며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작물을 보살피는 부지런한 땀방울의 가치를 우리는 잃어버리곤 한다. 타인이 보는 삶이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스스로 선택하며 책임지고 건강한 삶을 살아낸다면 더욱 값진 숲을 일구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