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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생명의 소리를 듣다
DMZ 평화의 길

평화와 생명의 소리
DMZ 평화의 길을 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북쪽의 끝. 근 반세기 동안의 색과 빛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비무장지대. 그 평화의 땅에서 생명의 소리가 다시금 차오르고 있다.동해의 파도 소리를 따라, 한탄강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응축된 세월의 빛깔이 흩날리는 자연을 느껴보자.

글 송두리 / 사진 한국관광공사

"시간이 멈춘 단 하나의 곳"

테트리스를 하듯 땅 위에 차곡차곡 건물이 들어선다. 대로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들이 심어지고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신호등과 표지판이 붙는다. 거리는 편해지고, 조경은 세련되게 가공된다. 한국 전쟁이 일어난 1950년 이후 우리의 땅은 분단의 아픔을 딛고 때로는 심미를 위해, 때로는 편리함을 위해 변해왔다. 단, 한 곳을 빼고. 한국전쟁 정전 협정에 의해 설정된 비무장지대는 1953년 이후 바쁘게 변하는 사람들 틈에서 조용하게 계절만을 맞이하며 푸르름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촘촘한 철조망과 뼈아픈 역사에 가려져 있어 마음껏 감상하지 못했던 DMZ가 평화의 길로 우리를 찾아왔다.

DMZ 평화의 길은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공고히 정착시키고, 접경 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개통되었다. 총 4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성에 두 구간, 철원과 파주에 각각 한 구간으로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금강산의 풍광과 아름드리나무들, 한적한 산새 소리까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여 더욱 아름답고 평화롭다.

4途 4色

고성에는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 전망대까지 도보로 이동, 삼거리에 도착하는 A 코스와 반대 방향으로 돌아 DMZ 박물관까지 방문하는 B코스가 있다. 철원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출발해 백마고지 조망대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공작새능선 조망대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비상주 GP까지 방문하는 코스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파주 구간은 임진각에서 출발해 통일대교 입구에서 도라전망대까지 차량으로 이동, 철거 GP를 방문하는 코스로 예정된다.
금강산과 해금강의 절경을 느끼고 싶다면 고성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A코스는 해안 철책을 따라 도보로 약 2.7km를 걷기 때문에 청량한 동해를 만끽할 수 있다. 금강 통문을 지나 금강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금강산과 해금강의 풍경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펼쳐진 연무 덕에 꿈인 듯 몽환적이다. B코스는 금강산과 해금강을 가장 인접하게 볼 수 있는 곳이므로 이러한 절경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철원 코스는 고성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화산암이 분출되어 이루어진 용암 대지와 그 사이를 깊이 파고든 한탄강,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이 매력적인 곳이다. 더불어 백마고지 전적지, 유해발굴지역 등 남북전쟁의 뼈아픈 상흔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철책선을 열고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 그 내부를 관람할 수 있기도 하다.
8월 10일부터 개방한 파주 코스는 남북 군사대치의 최접점이기도 하지만 판문점 등 평화와 남북교류를 위한 길목의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그 세월의 변화가 가장 실감 나는 코스다. 구 장단면사무소와 장단역 죽음의 다리 등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희망의 마음으로

DMZ평화의 길 방문하려 하는 여행객이라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평화의 길은 생태 보존을 위해 관광객 수와 자격에 제한이 있다. 도보가 포함된 고성 A코스와 철원의 경우 만 10세 미만인 자는 참가에 제한이 있다. 철원의 경우, 동반자 중 본인인증을 하지 않은 경우도 참가에 제한이 있다. 또한 고성 B코스를 제외하고는 인원 제한이 있어 1팀당 최대 4인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안보 지역의 특성상 스마트폰 활용 현장 방송 등의 군 작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금기된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만 신청이 가능한 관계로 고성을 제외한 나머지 코스는 참가자 전원이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 면허증, 여권 등)을 지참해야 하며, 미성년자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의료보험증, 여권 등 신분 증명 서류를 준비하여야 한다.

고성 A, B 코스는 대표자(신청자)의 인증이 필요하다. 위의 몇 가지 유의사항을 기억하면 DMZ의 뜻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DMZ 평화의 길은 코스 내 음식점이 구비되어있지 않고 지역 생태계 보호를 위해 생수를 제외한 음식물 반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배를 든든히 채우고 여행에 나서는 것이 좋다. 집결지인 고성 통일전망대 주차장이나 철원 백마고지전적지 주차장에 음식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DMZ 평화의 길은 개방 된 지 몇 달 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참가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철원 구간 1차 방문 신청은 5,913명이 신청해 1일 최고 경쟁률 40:1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아마도 변하지 않은 자연에 대한 경의와 역사적 흔적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또한 누구나 그렇듯, 우리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희망의 씨앗이 발아된 탓도 있겠다. 간절히 바라는 희망의 마음으로, 평화의 길을 방문해보자.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가 신청은 두루누비 웹사이트(www.durunubi.kr) 또는 www.dmzwalk.com 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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