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사람

시대를 앞선, 아니 시대를 이끈 패션디자이너 - 영화 <코코샤넬> 리뷰

“어떤 사람들은 럭셔리란 빈곤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럭셔리는 천박함의 반대말이다.”

20세기 여성 패션의 혁신을 선도한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1883~1971)의 말이다. 허리를 꽉 조인 풍만한 드레스에 주렁주렁 꽃을 단 프로파일해트을 쓴 19세기 프랑스 상류층 여성들에게 그녀가 날렸을 비소가 절로 연상된다.

영화 <코코 샤넬(Coco avant Chanel)>(2009년 개봉, 안느 퐁텐 감독)은 시대를 앞서간, 아니 앞장서 시대를 이끈 세기의 패션디자이너 샤넬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모친 사망 이후 아버지에게 버려져 수녀원에 맡겨지는 12세 시절부터 그녀가 패션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고 유명해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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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샤넬(배우 오드리 토투)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언니와 수도원을 도망친다. 그리고 바느질로 돈을 벌면서 밤에는 ‘코코’라는 애칭으로 카바레에서 노래하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 그러던 그녀가 스스로도 몰랐던 천재적 디자인 감각을 깨닫게 된 것은 카바레에서 만난 에띠엔느 발장(배우 브누와 뽀엘부르드)을 따라가 파리 근교에 살면서부터다.

그가 소유한 목장은 종종 상류층의 사교장으로 이용됐고, 샤넬은 그곳 귀족사회 여성들의 코르셋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에 반기를 든다. 하여 거추장스러움을 일체 걷어내고 움직임이 자유롭고 단순하면서 세련된 의상을 직접 제작해 입기 시작한다. 오늘날 샤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디자인의 시작인 셈이다.

샤넬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기존 질서의 전복’이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 샤넬을 대표하는 ‘트위드 재킷’은 남성복 재킷에 사용되던 소재들을 그대로 가져와 실용성을 강조한 것이다. 여성용 의복에 앞주머니가 적용된 예는 이전에는 없었다. ‘퀼팅 숄더백’은 스트랩이 있는 군인가방에서 숄더체인을 착안하고 클러치 백에 끈을 달아준 것이다. 이로써 여성들은 가방을 메고도 자유롭게 두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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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그녀 일생에 유일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영국 남자 아서 카펠(배우 알렉산드로 니볼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스타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그의 후원으로 1909년 모자 가게를 개업할 수 있었고, 사업이 잘되면서 의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의 패션쇼를 보지 못한 채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럼에도 ‘독립적인 여자의 아이콘’답게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는 듯 패션쇼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사실 그녀를 출생부터 죽음까지 자세하게 다룬 전기는 없다. 실제 삶에서 그녀는 불우했던 과거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곧잘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영화가 그녀의 실제 인생과 얼마나 싱크로율이 맞아떨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오드리 토투의 연기만큼은 흑백사진 속 젊은 샤넬과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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