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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건축을 찾아 떠나는 여행 김중업건축박물관

건축물은 많아도 건축물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시대를 앞서간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들을 한 데 모아 지나온 건축의 역사까지 훑어보는 일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건축가의 이름을 몰라도, 건축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 잇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자리한 ‘김중업건축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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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건축박물관은 ‘안양 9경’에 속한다. 그 이유는 건물 자체가 건축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중업건축박물관과 바로 옆 안양박물관은 한때 안양의 제약 산업을 이끌었던 우유산업(현 우유제약)의 공장 건물로, 한국 근현대 건축의 거장 고 김중업 건축가가 1959년 설계한 초기 작품이다. 2006년 공장이 충북으로 이전하고, 이듬해 안양시가 공장부지 전체를 매입해 지금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박물관의 부지면적은 1만 6,243㎡로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졌으며, 지상 2개 층 모두 김중업의 생애와 작품을 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1층에서는 김중업의 약력, 건축 세계, 스케치, 작품 중 하나인 서산부인과 등을 소개한다. 컴퓨터 화면으로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 테이블도 비치돼 있다. 2층에는 김중업의 생애와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했다. 도면, 작품모형을 비롯해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건축관도 엿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을 관람하고 나면 외부가 훤히 보이는 공간을 만난다. 바로 옆 안양박물관과 2007년 박물관 공사 중 발견된 고려시대 안양사 명문 기와 유물이 출토 흔적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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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如泉) 김중업은 김수근과 함께 한국 현대건축의 포문을 연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다. 1922년 평양에서 출생한 그는 평양중학교를 졸업한 뒤 요코하마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파리미술대학 출신 나카무라 교수로부터 건축교육을 받고 고전에 눈을 떴다. 1950년대 초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그의 아틀리에에서 일한 뒤 돌아와 우리 현대건축의 기반을 닦았다.

“건축이란 인간이 자연에 시도하는 가장 웅장하고 보람 있는 창조에의 길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말아다오.”

김중업은 기능에 충실한 건물보다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을 지향했다. 한때 시인이기도 했던 그의 예술세계가 건축에 스며들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의 작품으로는 초기 명보극장(1956), 서강대학교 본관(1958) 등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주한프랑스대사관(1962), 한국 최초의 마천루라 불린 삼일빌딩(1970) 등이 있다. 긴 여름의 끝자락에서 그의 예술작품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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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영시간 : 09:30~17:30 / 입장마감 17:00 / 월요일 휴무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31)68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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