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서는 건물이나 구조물을 지을 때 반드시 거치는 단계가 있다. 바로 ‘해체’다. 보통은 해체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새 건축물에 대한 설계나 인허가 절차를 밟는다. 해체가 원활하게 진행돼야 이후의 공정들이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체는 건설 프로젝트의 시작을 의미한다.
서울 여의도에 초고층 건물 63빌딩이 지어지던 1980년, 부산에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낯설었던 해체업에 뛰어든 형제가 있었다. 형은 영업수주를 동생은 현장관리를 맡아 회사를 일궈나갔고, 이후 서울로 이사한 회사는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워 오늘날 우리나라 해체업계의 대표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로 성도건설산업(주)다.
해외 선진 철거 기술·장비 국내 도입
업력 43년을 자랑하는 성도건설산업(주)는 설립 당시 고층전용 철거장비, 무인조종 철거장비 등 해외 선진 철거 기술·장비를 국내에 도입해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그동안 숱하게 해체업체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업계 선두의 자리를 지켜왔으니 우리나라 해체업계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가 국내 해체업 발전을 위해 기울이신 노력을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서 봤습니다. 저에게 한 번도 이쪽 일을 강요하신 적은 없지만 스스로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걸었어요. 아버지만큼은 될 수 없겠지만 저 역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업계 발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도형록 대표(44세)는 토목을 전공한 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다 2011년 성도건설산업(주)로 왔다. 부친(도문길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올해 단독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형제 창업자 중 형이었던 부친은 아직까지도 해체업계 대부로 통한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그 역시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플랜트·산업설계 특화회사’ 목표
해체업 안에서도 도 대표가 관심을 쏟는 분야는 산업설비·플랜트 분야다. 건물이나 교량 같은 일반적인 건축구조물 해체보다 훨씬 난이도가 요구되는 분야에 해당한다. 성도건설산업(주)는 2014년 영남화력발전소 철거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회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귀한 경험을 했다.
“발전소는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높은 데다 유해화학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어 일반적인 해체공사보다 훨씬 위험이 따릅니다. 그래서 경험과 기술력이 있는 회사가 수행해야 하죠. 그렇게 어려운 작업을 마치고 나니 전 직원이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됐습니다.”
발전소 해체공사를 통해 회사는 기술의 사용이나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긴 뒤부터 그 이상의 역량을 계속해서 축적해오고 있다. 성도건설산업(주)는 직원 40명 가운데 4~5명이 해체설계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로, 현재 한국전력기술의 고리원전 1호기 해체를 위한 설계자문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해체업도 안전한 건설의 한 분야”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기업이지만 성도건설산업(주)도 고충은 있다. 건설업계가 안고 있는 인력 수급의 난제를 비껴갈 수 없는 것이다. 건설근로자의 평균 나이가 고령화된 지 오래고, 5~6년 전부터는 신입사원 채용이 어려워졌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안전관리자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은 가중된다.
“어렵게 구한 안전전문인력도 몸값이 치솟아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체 인력이 자격증을 보유하도록 권장해 취득 시 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해체업은 거칠고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있어 인력 수급이 더 어렵습니다. 해체도 얼마든지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건설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체 기술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와 있다. 자격 미달 영세업체에 발주하는 구조적 문제만 아니라면 첨단 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충분히 안전하고 깨끗하게 해체를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해체업의 변화상을 일반에 알리고 고정관념을 바로잡는 일은 도 대표가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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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인터뷰 도형록 성도건설산업(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