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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건설업계 동향

안전관리자·고숙련근로자 수요 는다

최근 산업계를 달구고 있는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안전관리’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에 대한 처벌이 무거워지면서 분야를 망라하고 전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은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법 시행에 따른 동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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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건설업계 ‘발등에 불’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대형사고는 건설 분야와 연관이 깊다. 1970년 4월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한 동이 무너지는 사고로 주민 33명이 사망했고, 1994년 10월에는 성수대교 붕괴로 32명이 사망했으며, 1995년 6월에는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이 사망했다. 우리 사회에 ‘부실시공’, ‘안전불감증’ 등의 화두를 안긴 사고들이다. 하지만 이후로 건설현장에서조차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6월 광주에서 공사 중이던 빌딩이 무너져 버스를 덮치는 바람에 승객 9명이 사망했고, 올해 1월 또다시 광주에서 아파트 타설작업 중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할 목적으로 지난해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동일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처벌의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법은 사업주 등에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재해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재 법이 적용되는 범위는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인 곳으로, 5명 미만인 곳은 제외됐다. 상시근로자에는 무기계약, 기간제, 일용, 파견, 사무직, 외국인 근로자, 공무원이 해당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이 구분되는 점은 ‘근로자의 차이’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도 보호대상으로 한다. 일례로 일반 시민이 사망한 광주 빌딩 붕괴사고와 같은 경우 철거업체나 감리업체가 형법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받는 데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수위 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외에 형식에 따른 신분이나 소속에 상관없이 도급, 용역,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 등 대가를 목적으로 일하는 종사자까지도 모두 보호대상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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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자&고숙련근로자 수급 불균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산업 분야는 노동의존적 생산방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중대재해가 많은 건설업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1일 8개 중견 건설업체와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간담회를 열고 실질적인 법 시행 시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새롭게 제작된 ‘건설업 중대산업재해 예방 자율점검표’에 대해 설명하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자율점검표에는 발주자·도급인·수급인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건설현장 특성을 반영해 ▲떨어짐, 맞음, 붕괴 등 재해 유형별 ▲최근 사고가 잦은 건설기계·장비별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위험작업법 ▲공정별 점검사항이 담겨 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안전관리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아시아경제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건설·건축 분야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26일 기준 안전관리자 채용공고는 2,418건으로 12.8%를 차지해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처벌법뿐 아니라 안전관리자 선임 기준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건설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2분기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까지 약 5,300명의 안전관리자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고숙련 건설노동자’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건설업 사망재해자 가운데 근속기간이 짧은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경험을 통해 숙련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이들 중에는 저숙련 근로자가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여기에는 신체적 노화의 원인과 훈련 미이수의 원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근로자가 되는 입직자의 평균 연령대가 40대 중후반이다 보니 훈련의 과정을 건너뛰고 숙련의 시간을 잡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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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되는 법제에 대응할 인력수급 뒤따라야

중대재해처벌법은 제4조 제1항 제1호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명시하고 있고, 시행령 제4조 제4호에서 편성된 예산에 맞게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연말 개정을 목표로 ‘충실히’, ’필요한‘과 같은 모호한 표현을 객관적으로 다듬고, 범위가 불분명한 안전·보건 관계법령의 범위를 제시한 시행령 개정안을 8~9월 중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단 개정안에 처벌 수위를 완화하는 내용은 담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를 감축하기 위해 오는 10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위험성 평가 기반 자율 예방체계 구축 ▲노사 공동 위험요인 발굴·개선 ▲맞춤형·스마트 기술 지원 확대 ▲직업성 질병·암 예방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기업의 안전보건체계 구축과 관련해서는 ▲고위험 사업장 자율 점검(업종·규모별 가이드 및 체크리스트 보급) 후 ▲사고 다발 등 취약 현장 중심으로 감독을 활성화하고 ▲감독결과를 CEO에게 직접 통보토록 해 실질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안전관리에 대한 법제 정비가 속도를 냄에 따라 건설업계는 안전관리자 및 고숙련 건설근로자를 확보하는 일이 다급한 과제가 됐다. 건설현장은 각각의 현장이 상이하고 위험요소가 다양해 전문성을 갖춘 고급 이상의 건설근로자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직종을 대상으로 저숙련 건설근로자의 숙련을 지원하는 장기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가장 실효적 수단이 훈련인 만큼 훈련으로 유인하는 효과적 수단을 모색하고, 안전관리자에 대한 처우와 근무여건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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