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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그레이드> 리뷰 – 미래의 카라이프

2018년 9월 개봉한 <업그레이드>. 영화는 집으로 가는 도중 자동차 전복과 잇따른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주인공 그레이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레이가 운전 중 한눈을 팔았냐고? 그렇지 않다. 그는 운전대를 잡지도 않았다. 영화 속에 등장한 자동차는 레벨5인 자율주행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은 레벨0에서 레벨5까지 나누어져 있다. 레벨4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운전자가 아닌 차량의 책임 아래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레벨5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주변의 교통상황을 검색하고 최적의 경로를 판단해 알아서 목적지까지 운전해 준다. 2022년 현재 자동화 시스템 설계로 각광받는 테슬라도 실은 레벨2에 머무르고 있기에 완전 자율주행의 꿈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레벨2는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자동차 스스로가 조향 장치를 움직이고 앞차와의 간격 등을 고려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내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기술이다. <업그레이드>가 개봉한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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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그레이드>에 등장하는 자율주행차 ⓒIMDB

2015년부터 양산화된 자율주행 자동차는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AI를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위 트롤리 딜레마¹처럼 윤리적 판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까지 고려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거듭되면서 자율주행이 생각한 것만큼 쉽지 않다는 공감대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문제는 모두 해결된(어쩌면 무시한) 미래를 그린다. 시스템 에러가 생기지 않는 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행과 판단은 완벽하다. 외관 또한 심히 매력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극대화된 유선형 형태를 하고 있다. 사이드미러, 라디에이터 그릴, 엔진룸, 전방 윈드 실드 사이 필요한 카울² 조차 없다. 이는 마치 3D 프린터를 이용해 보디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출력한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유리창은 필요에 따라 투명도가 조정된다. 차 안에서 영상회의를 할 때는 마치 영화관처럼 내부가 암흑이 된다. 전투기의 콕픽을 연상시킬 정도로 크고 넓은 그린하우스³ 전체를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 영화는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가장 이상적인 자율주행 자동차와 그것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미래의 삶을 묘사한다. 같은 날 사고로 사지 마비가 된 그레이가 극소형 AI를 신체에 이식받아 온몸을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점이나(이후 그레이는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대상을 찾아 피튀기는 복수를 한다), 집에 오면 주인의 성향과 건강 상태에 맞게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집안의 살림살이는 돌본다는 내용 등이 그렇다.

¹ 트롤리 딜레마 : 위급한 상황에 누구를 살릴 것인가를 보는 윤리실험. 전차가 궤도를 따라 달린다. 그 궤도 앞에 5명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여 있다. 그대로 놓아두면 전차는 5명을 치어 죽게 한다. 단, 전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레버를 당기면 5명은 살아나지만, 다른 궤도에 묶여 있는 1명은 죽는다. 과연 어떤 행동이 윤리적으로 타당한 일일까?

² 카울 : 차량이나 비행기 엔진 등에서 공기의 흐름이 갑자기 달라지는 부분에 설치해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부품이나 외형을 통틀어 말함.

³ 그린하우스 : 원래는 온실을 뜻하지만 종종 자동차의 창문 전체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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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율주행 자동차와 함께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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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동차와 그것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미래의 도시 ⓒIMDB

<업그레이드>는 2010년대의 우리가 언젠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미래를 스크린 위에 구현한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불현듯 떠올렸다. 1900년대의 사람들이 2000년대의 세상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을 말이다. 말이 끄는 마차가 주된 이동 수단이었던 1900년, 당시의 사람들은 사람이 바닷속을 다닌다면 당연히 그것을 고래가 끌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 그림이 재미있는 이유는 지금의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이것과 비슷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미래에는 자동차가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공유’의 개념일 수 있다. 연비의 효율이나 시간에 쫓기는 이동이 불필요한 시대에서, 자동차의 모양이 꼭 유선형일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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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의 사람들이 생각한 100년 뒤의 새로운 이동 수단 ‘A Whale-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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