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입기 The ISC

자동차 ISC를 가다

출발은 늦었지만 업계지식 독보적

지난 2014년 정부가 인적자원개발 정책을 수요자인 산업계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확정한 이후 2016년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출범했다. 산업별 협·단체, 기업, 근로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ISC는 제1기(2015~2017년), 제2기(2018~2020년), 제3기(2021~2023년)에 걸쳐 인적자원개발·관리·활용 등의 핵심기준을 마련하고 인력수급 미스매치를 완화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현재 산업별로 구성된 19개 ISC 가운데 자동차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자동차ISC)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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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중심 NCS 구축작업 돌입

자동차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자동차ISC)는 지난 7월 출범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대부분의 ISC가 1기부터 활동을 시작한 데 비해 출발이 늦은 셈이다. 현재 자동차ISC에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7개 협·단체, 한국노총 금속노련 등 근로자단체, 현대자동차 등 12개 참여기업, 국민대 등 4개 학교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대표기관은 한국자동차연구원으로, 김현용 기업지원본부 본부장이 자동차ISC 사무처 사무총장을 겸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의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체계가 잡혀 있었습니다. 정부는 미래차로의 전환기를 맞은 기업들에 그들이 활용할 만한 적절한 NCS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 일을 자동차ISC가 하는 겁니다. 다만 새로운 NCS를 단번에 수립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는 향후 5년간 추진할 중장기적 업무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 NCS는 기계 카테고리의 하위에 있어 광범위한 직무를 포괄하지 못하는 데다 미래차에 대한 직무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따라서 자동차ISC는 협의체 운영이나 인력의 수요와 공급을 조사·분석하는 고유사업 외에 미래차 NCS 구축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자율기획사업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미래차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직무별 인력 수요가 얼마인지,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어느 분야에서 미스매치가 많이 나는지, 정책적으로 어떤 부분부터 집중해야 하는지 등을 조사·분석하는 일이다.

독보적 산업계지식이 자동차ISC 강점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타 ISC는 HRD(인적자원개발)뿐 아니라 산업 쪽으로도 이해가 생겨서 양쪽을 아우르는 전문가가 많이 있겠지만, 우리는 그런 전문가를 찾기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처음이라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 계획을 잘 세우면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정부와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인적자원 허브를 구축하는 일도 우리의 몫입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자생력 확보와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업체가 힘을 모아 1990년에 설립했다. 자동차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자동차 부품의 신뢰성 등을 시험·인증하며, 교육 및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그동안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업무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인적자원개발 업무가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소·중견기업들과 동반성장해 왔기 때문에 업계 현실에 빠삭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업계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ISC의 특성상 상위기관인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자동차ISC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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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기업 살리려면 ‘기업전환·인력전환’ 병행 필수

고용노동부가 자동차ISC를 통해 진행하려는 중점사업은 미래차 전환기에 인력전환을 지원하는 일이다. 실제 자동차ISC가 올해 조사·분석을 실시한 결과, 국내 부품기업의 45%가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이나 배기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연기관의 부품이 2만~3만 개인 데 비해 전기차의 경우 그 수가 50% 줄어든다는 데 있다. 이는 전기차가 주종을 이룰 미래시장을 내다봤을 때 이들 기업이 모두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들 부품기업은 전기차 쪽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래차로의 전환계획이 없는 업체가 재작년 80%, 작년 70%로 조사됐다.

“부품기업들이 미온적인 이유는 전기차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내다보거나, 사업을 전환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후자의 경우, 전기차가 필요로 하는 배터리와 모터 관련 부품기술을 기계 베이스의 부품기술로는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궁극적인 이유죠. 그렇다고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될 자율주행차 쪽으로 가자니 그쪽은 소프트웨어 분야라 전통 IT업체들의 영역이고요. 따라서 미래차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인력전환은 반드시 기업전환이 수반돼야 합니다.”

자동차ISC의 과제는 미온적인 70~80%의 부품기업이 기업전환과 인력전환을 병행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기업은 미래차로 사업을 전환하고, 고용자는 교육을 통해 직무를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차 아이템을 발굴해 내연기관 부품기업의 기업전환을 지원하는 ‘자동차부품기업 혁신지원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자동차ISC로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강점이 되는 셈이다. 이 독보적 강점이 늦은 출발을 무색하게 할 만큼 구조상 위험에 직면한 우리 자동차산업을 구할 커다란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영상 인터뷰 김현용 자동차ISC 사무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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