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는 크게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대변된다. 친환경차의 경우 동력원이 기존 화석연료에서 배터리나 수소로 옮겨가는 것이고, 자율주행차의 경우 동력원에 상관없이 운전 자체를 AI에게 넘김으로써 자동차가 모빌리티의 개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기서 공통적인 변화는 주변 부품들이 전장(전기·전자)화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전장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고, 소프트웨어는 화석연료 기반의 엔진보다는 모터를 제어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전기차에서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미래차 전환이 가져올 거대한 생태계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이다. 이 운명적 변화를 맞아 일찌감치 성공가도에 합류한 회사가 있으니 ㈜베이리스다.
높은 진입장벽 뚫고
자동차소프트웨어에 주력
㈜베이리스는 2012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출발했다. 앞서 ㈜팬택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김형준 대표는 회사가 스마트폰 사업에 실패하자 팀원들과 함께 회사를 나와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애플과 삼성을 제외하고 LG마저 사업을 종료할 만큼 사양으로 가는 스마트폰시장에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러던 2014년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것이 바로 스마트카시장이었다.
“당시 자동차 분야에서 스마트카 이야기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여러 기능이 자동차에 들어가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카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불러요.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카로 사업을 전환한 이후로는 줄곧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주력했습니다.”
2014년부터 자동차 분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한 ㈜베이리스는 그동안 티어1(1차 밴드)에 제품을 납품해오며 꾸준히 업력을 쌓고 있다. 회사가 다루는 사업 분야는 ▲인포테인먼트[정보(information)+오락(entertainment)] 시스템 ▲자율주행 ▲드론 ▲백엔드(back-end, 프론트엔드에 있는 사용자들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처리) 플랫폼으로 나뉜다. 미래차의 AVN(Audio, Video, Navigation)에 탑재할 최첨단 시스템을 비롯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드론, UAM(도심항공교통) 등 모든 모빌리티를 관제하는 운항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범위를 넓혔다.
소프트웨어 인력난 돌파구 지방에서 찾아
“기존 내연기관차에 들어갔던 소프트웨어는 차문을 열고, 트렁크를 열고, 에어컨을 켜고, 라디오를 켜는 정도였지만 미래차는 스마트폰의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기다 자율주행차로 가면서 파란불에 가고 빨간불에 서는 등의 사람이 판단하던 행위가 기계로 넘어와 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스마트폰보다 훨씬 많아지고 중요해졌지요. 문제는 그것을 만들어낼 소프트웨어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미래차로 전환 중인 자동차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카다란 난제는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이다. 미래차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개발로 성공적으로 사업전환에 성공한 ㈜베이리스지만 업계 전체의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쿠팡, 배민 등 배달업계와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서비스업계가 온라인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고연봉으로 인력을 싹쓸이하는 터라 중소기업 위주의 자동차업계에 타격이 더욱 크다.
이에 ㈜베이리스가 마련한 궁여지책은 다름 아닌 지방에서 길을 찾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경기도 성남에 있는 본사 외에 대구에 R&D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인력을 뽑기 어려우니 지역의 우수인력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학과 인턴십을 맺고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단순수주기업에서 솔루션기업으로 성장하고파
자동차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유인즉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부품이나 솔루션을 사용했다 대형사고로 이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기존의 거래처와 거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한 번 진입에 성공하면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베이리스는 그 좁은 문을 통과해 1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자못 커다란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정신이 그랬듯 그들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계적인 개발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는 창의적 개발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은 거래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납품하는 데 그쳐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래기업이 필요로 할 것 같은 소프트웨어를 미리 개발해 제안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용역 수주 비즈니스가 아니라 솔루션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직원들의 역량은 물론 회사의 가치도 한층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영상 인터뷰 김형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