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

2016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에서도 이와 같은 원자력발전과 재난 이후 우리의 안전의식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사고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판도라는 제작기간만 4년, 155억원의 제작비, 한국영화 크라우드펀딩 최다 금액 8억원 모금, 한국영화 첫 넷플릭스 전세계 배급 등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울산 인근 지역의 강진으로 인한 원전폭발을 가정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월촌리 마을은 평범한 어촌이었으나 한별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고기잡이를 하던 주민들은 대부분 원전 유지보수 하청업체에 고용된 인부로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수력원자력의 하청업체 인부인 주인공 강재혁은 발전소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방사능에 피폭당하고 이후 형도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후 가장이 된다. 하는 수 없이 재혁은 발전소 인부로 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6.1 규모의 강진이 대한민국의 동남부를 덮친 순간, 노후된 상태로 무리하게 가동되던 원자력 발전소 ‘한별 1호기’ 의 냉각수가 균열로 새는 사태가 발생한다. 충분한 양의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은 상태의 핵연료는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발생시키며, 원자로 격납 용기 내부(RCB: Reactor Containment Building)의 압력이 수백 킬로파스칼에 달해 원자로 격납 용기가 폭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발전소의 폭발 위기로 도로, 공항, 항구는 이미 대피자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제어할 컨트롤타워는 전무하다. 게다가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는 낙하산 소장, 원전 폭발이 임박했음에도 하청업체 직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막아서는 관리자만 있을 뿐이었다. 재혁은 늦은밤까지 사람들을 구조하는 작업을 이어가다 본인도 방사능에 피폭되어 환자 신세가 되었다. 복구 작업을 하러 들어온 후에는 폭발물을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 폭파 업무도 맡게 된 재혁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더욱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재혁은 영상 편지를 남긴 후 폭파 버튼을 누르고 최후를 맞이한다.

국가 재난 상황을 가정하여 보여준 판도라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책임을 미루는 고위급관리자의 모습이나 희생을 강요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 진실을 숨기고 보도를 통제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정부, 상황파악도 못한 채 관저에 칩거하며 나타나지 않는 대통령 등 재난 이후의 상황은 지난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영화에서는 대통령의 각성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며 다시 반전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인류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해 건설되고 사용되었던 영화 판도라의 한별원자력발전소는 언제까지나 가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난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원자력발전이 가져온 효과는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편리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이후는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