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하늘이 맑았던 10월의 어느 날, 전기기술교육원의 강의실은 수업을 수강하는 나이 지긋한 수강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전기 기술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향상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변화하는 사회와 실무 적용 기술을 가르치는 전기기술교육원의 현장을 찾았다.
글 최미연 / 사진 편집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 전기기술교육원은 안전관리 및 설계, 감리 등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고자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는데 크게 안전관리, 설계, 감리, 컨소시엄으로 구분된다. 안전관리분야는 전기안전관리에 관한 자질과 직무 능력을 향상시켜 전기설비의 안정적 운용을 돕도록 안전관리자 선임기간이 5년 미만인 자와 5년 이상인자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안전관리자로 처음 선임된 사람에게는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된 근로자 2만 6,0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설계 분야는 전기시설물 설계에 관한 능력을 향상하고 전기시설물 품질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설계전문교육은 5일간 35시간 또는 3일간 19시간 교육과 2일은 16시간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된다. 설계 분야에는 약 400여명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감리원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경우 3년에 1회 이상 21시간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간 6,000명 이상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야의 교육과정은 총 14개로, 2018년 기준 2,457명이 교육을 수료했으며 이공계 전기분야 졸업 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취업지원교육과정인 이공계전문기술연수과정을 50명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서울시설관리공단, 전문대, 전기계고등학교 등에 대한 교육으로 산업현장 수요와 이공계 교육 간의 양적, 질적 불일치를 해소하고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으로 마련되었다. 전기기술교육원 인적자원개발팀 우상복 팀장은 "전기 기술인의 기술향상을 위해 노력하고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실습 기자재를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며 "의무교육으로 진행되는 전기안전관리자 교육 수요가 가장 많지만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교육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만큼 교육의 질적 향상도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현대에서 전기 기술에 대한 인식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라 전기기술인들은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다. 그때의 전기기술자라고 하면 전문 기술직으로 분류되어 흔하게 볼 수 없어 고임금에 누구나 선호하던 인기 분야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부터 급격히 전기기술인은 '3D직종'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기피하는 직종 중 하나가 되었다. 기피하는 직종으로 꺼려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대학 학문에서도 전기공학과를 통폐합 하는 등의 움직임이 거셌고, 산업 내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커졌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전기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접목할 수 있게 되면서 전기 분야의 전공자들은 물론 타 전공자들이 전기분야를 새롭게 배우거나 전문 교육을 받는 등 진입하려는 숫자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우 팀장은 "전기 분야는 세분화된 업무가 많다. 원래 각자가 가진 전공과 전기 분야를 접목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도 하고, 전기 분야 한가지로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수요와 공급이 이제 조금씩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호계전기 실습실 전경산업의 변화는 교육의 변화도 이끌어낸다. 산업 발전에 따라 신기술과 신공법이 개발됨에 따라 그에 대한 전기 기술 또한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하기 마련이며 교육의 수혜자들 또한 기업의 생태계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산업의 흐름이다. 우상복 팀장은 "스마트 그리드나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의 이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교육 과정도 그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있다. 또한 설계 분야에서도 과거에는 설계도면을 직접 그렸다면 현대에 와서 캐드를 활용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캐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자 계획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3만 4,000여명의 교육생 중 3만 여명은 법정교육을 받기위해 교육기관을 방문하지만 4,000여명은 컨소시엄 교육을 위해 개인 희망에 따라 교육기관을 찾기 때문에 교육의 질적 향상 방안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전기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운영 기관에서 철저한 교육 계획과 목표에 따라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교육 강의를 하는 교수진과 교육 교재 구성, 실습과 이론 교육이 가능한 교재 및 실습기자재 구성이 전문인력 양성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교육계는 꼽고 있다.
국내의 전기기술교육은 NCS를 기반으로 운용되는데, 특성화고등학교와 전문대학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력이 양성되고 있고, 재직자교육도 수요자의 요구 수준이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기 때문에 교육기관에서도 과정 개발을 한시도 멈출 수 없다는 우상복 팀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전기설계 산업은 청년층 취업연계에 유리하고 전기감리 산업은 중장년층에서 취업하는 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전기감리 분야는 다양한 경력과 일정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기술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 개인의 역량을 갖추고 건강 유지만 잘 한다면 정년 이후에도 전문기술인으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기기술교육원에서는 전기관련학과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계교육을 실시하고, 재직자를 대상으로 설계 및 감리 실무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청년층이나 장년층의 교육이 현장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그 목표를 두고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우 팀장은 "요즘 중소기업은 신입보다 조금이라도 경력이 있는 직원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맞춤형 교육을 하더라도 워낙 프로그램이 세분화되어 있기도 하고, 세분화된 업직종별 교육을 진행하거나 기업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면 타 기업으로 이직 할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인 교육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력이 적은 직원을 기업이 선발하더라도 처음부터 다 잘할것이라고 생각하고 채용하는 기업은 없다. 1~2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차츰 경력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 기술보다 인성이 올바른 직원을 채용하고 싶은 것이 요즘 기업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직업능력 정책의 현장성 제고를 위한 정책제언에 대해 교육훈련 인프라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각각의 상생적 인력양성문화를 확산하고 인력양성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사례 공유나 인력양성 전담인력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 등의 프로그램 마련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과 같이 신성장동력분야, 융복합분야, 4차산업관련분야 등의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이 요구된다.
우상복 팀장은 전기 기술분야의 성장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미래형 전기기술인 양성 교육기관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관련 제도와 정책, 환경변화를 인식하고 공유하며 위기요인 등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 추진 목표와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기술교육원은 단기적으로는 교육품질 향상, 미래선도 교육과정 개발, 현장실무교육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제2, 제3의 교육관을 건립하는 등 교육인프라를 개선하여 글로벌 교육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 분야의 전문 기술인 양성으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며 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재가 배출되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그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