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불꽃이 튀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제철공장. 온통 남자로 가득한 그곳에서 열심히 용접일을 하는 어여쁜 여자가 있다. 밤이 되면 그녀는 나이트클럽으로 간다. 무대 위에서 흠뻑 젖을 정도로 몸을 흔들어 젖히며 격렬하게 춤을 춘다. 낮에는 용접공으로, 밤에는 플로어 댄서로 일하는 18세 소녀 알렉스 오웬스(배우 제니퍼 빌즈)다.
영화 <플래시댄스(Flash dance)>(1983)의 배경은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피츠버그다. ‘철의 도시(Iron City)’로 유명한 이곳은 오늘날 고층건물이 줄지어 선 도심 스카이라인만 봐도 도시의 지난 내력이 고스란히 읽힌다. 20세기 초 미국 철강 생산량의 60%를 담당하던 피츠버그는 돈과 사람이 몰리는 산업의 중심지였다. 당시 강철산업의 혁신을 토대로 지금의 피츠버그가, 오늘의 미국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알렉스는 도시의 삭막함과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고난을 극복하며 댄서로서의 꿈을 키워나간다. 그런 그녀의 바람은 무용학교에 들어가 정식으로 춤을 배우는 것. 하지만 번듯한 발레복 차림의 또래 지망생들 앞에서 자신의 추레한 작업복이 부끄러운 나머지 그녀는 서류조차 내밀지 못하고 내빼듯 자리를 빠져나온다.
그런 그녀의 꿈과 재능을 남몰래 도와주는 것은 그녀의 회사 사장 닉(배우 마이클 노리)이다. 우연히 나이트클럽에서 그녀의 춤을 본 이후 그 꿈을 실현시켜 주기로 결심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그러나 고대하던 무용학교 서류심사에 통과한 그녀는 그것이 닉의 도움이라는 사실을 알고 대노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담담하게 실기장에 들어선 알렉스는 오직 자신만의 충만한 감성으로 심사위원들이 놀랄 만한 멋진 춤을 선보인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모린 마더라(Maureen Marder)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개봉 당시 얄팍하고 뻔한 스토리, 깊이 없는 캐릭터, 저속한 스트립쇼 등으로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영화는 흥행에 대성공하는 반전을 기록했다 아울러 주제곡 ‘What a feeling’은 제56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오늘날까지도 익숙한 멜로디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용접공이 직업이었던 주인공 알렉스는 고열을 가해 서로 다른 금속을 붙이는 용접처럼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이어가 결국 그녀의 꿈에 닿았다. ‘끈질긴 도전과 뜨거운 열정이 있다면 불가능이란 없다.’ 역시나 뻔하고 식상한 주제긴 하나 그렇기에 진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