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동향

뿌리산업도 디지털전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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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산업’이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을 의미한다.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뿌리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기계, 조선, 항공, 자동차, 전기·전자 등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원료나 부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뿌리산업은 보통 주조(鑄造), 금형(金型), 소성가공(塑性加工), 용접(鎔接), 표면처리(表面處理), 열처리(熱處理)의 6가지 뿌리기술을 기반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뿌리 소재 범위를 금속 이외에도 플라스틱, 고무, 펄프 등 6가지로 늘려 사출, 프레스, 정밀가공, 로봇, 센서 등 차세대 공정기술까지 확대했다. 그렇다면 전 산업이 디지털 전환을 맞고 있는 이 시대에 뿌리산업의 상황은 어떨까?

경기 호전망 꺾고 경영위기 장기화

올해 초 뿌리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제조업은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시작되면서 각종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상해를 포함한 중국 일부 지역이 봉쇄되면서 수출입판로가 제한됐다. 이러한 대외적 불안요소들로 인해 경영환경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IS)를 보면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국내 제조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적 일상 회복의 기대감을 꺾고 국내외 비우호적인 여건이 뿌리산업을 포함한 제조업에 여전히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제조업은 대부분 강소기업 이상의 회사들이 막대한 매출을 보이며 선도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의 전후방을 책임지는 뿌리기업은 대부분 중소 규모로 부가가치가 낮은 다단계 하청 구조를 띠는 데다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다. 노동비용 상승 대비 생산성이 더디고, 신규입직자가 적은 가운데 고령화가 심해 경기가 회복돼도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과거 정부는 범국가적으로 제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혁신적인 기술역량을 실현해 제조업 강국으로 손꼽히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현재 뿌리산업이 맞고 있는 위기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혁신이 성과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뿌리산업 위기 극복 방안 ‘디지털 전환’

뿌리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계에서는 산업전환 시대에 따른 디지털 전환과 도입을 거론하고 있다. ‘설계-생산-물류-유통’ 등 모든 영역에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전통적 하청 구조 전반에 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제조업은 ‘공장’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생산 업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빅데이터 처리와 최적화, 인공지능(AI) 기반 품질 관리, 가상물리시스템(CPS)을 통한 디지털 트윈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면서 이러한 기술이 공장 내 관리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뿌리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제품설계, 부품구매, 생산품질관리, 시스템 운영 등 주로 사무직과 IT 관련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일하는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아직 벤더 위주이긴 하지만 영업 측면에서도 단순 대기업 하청 구조에서 탈피해 해외고객 확대, 애프터마켓 진입 등 거래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확산을 위해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제정해 지난 7월 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인적·물적 투자와 노력으로 산업데이터를 생성할 경우 사용·수익권을 인정하고, 고의나 과실로 이를 침해할 경우 배상 책임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정부는 뿌리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을 대표정책으로 밀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의 한계와 인력 과제

‘스마트팩토리’는 미래형 공장의 모습을 총칭한다. 갈수록 생산현장 노동인구가 감소해 문제 발생 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경향으로 인해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를 ICT 기술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공장 내 설비와 기계에 센서를 설치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장의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최적의 생산 방식을 도출해 스스로 공정을 제어하는 것이다. 최근 생산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무인운반차(AGV), 드론, 자율주행로봇 등이 스마트팩토리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마트팩토리는 시설과 장비 중심이어서 뿌리산업 위기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안정적 소득창출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되며, 대내외적 상황 변화에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뿌리산업의 디지털전환은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업종별로 차별화된 스마트 수준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시설과 장비뿐 아니라 인력 부분에 대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해 양적 확산뿐 아니라 질적 향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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