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을 끼고 펼쳐진 광활한 벌판 위로 붉은 물결이 넘쳐흐른다. 사람 키보다 낮은 무성한 식물이 주변의 낮은 산과 구릉과 한데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룬다. 8월까지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던 이곳은 가을을 지나는 동안 점점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인공의 공간을 벗어나 오롯이 자연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바로 ‘임진강 댑싸리공원’이다.
휴전선을 면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S자로 휘어 도는 임진강 우측에 공원은 자리하고 있다. 연천군 중면은 삼곶리 돌무지무덤 앞 약 3만㎡ 규모에 댑싸리 2만 2,000여 그루를 심어 대규모 공원을 조성했다. 댑싸리 외에도 코스모스, 백일홍, 천일홍, 메리골드, 칸나 등 지난여름부터 개화한 다채로운 꽃들이 아직도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 안에 있으면 오색 단풍 부럽지 않은 가을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댑싸리’는 유럽·아시아가 원산지로 ‘겸허, 청초의 미인’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8월 말부터 불긋불긋해지고, 9월 초 분홍·빨간·주황으로 물들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나라에는 100여 년 전에 들어와 빗자루의 재료로 쓰였으며, 공원이나 강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자연 그대로 포기째 그릇이나 선반에 담아 꽃이나 열매류와 함께 장식하거나 덩굴류를 엉키게 하기도 한다. 포기를 작게 나눠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줄기를 건조해 새하얗게 표백하면 시원한 느낌이 나 여름 꽃꽂이에 이용한다.
공원 주변에는 사진 촬영을 위해 만들어놓은 포토 스팟 조형과 화장실을 제외하면 인공구조물이 거의 없다. 그야말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가족 혹은 연인들이 호젓한 멋을 즐기기에 적절한 곳이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임진강 강변에 있는 백제시대 무덤 ‘연천 삼곶리 돌무지무덤’을 둘러보고,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국군 전망대인 ‘태풍전망대’, 우리나라 최초 홍수조절 전용댐을 두루미 이야기와 함께 테마파크로 조성한 ‘군남홍수조절지 두루미테마파크’에 들러 추억을 쌓는 것도 좋다.
임진강 댑싸리공원 산책로에는 키 큰 나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낮에는 양산이 필요할 수도 있다. 목줄과 배설물 처리를 위한 비닐봉지를 구비한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도 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댑싸리의 붉은 물결을 눈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
○ 주소 :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422 일원
○ 입장료 : 없음
○ 주차장 : 무료주차장 이용
○ 문의 : 중면 총무팀 (031-839-2609, 2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