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메인 전장입니다. 전장이 이 전체 장비를 움직여요. 장비에서 맨 앞에 플라즈마를 눌러보세요. 그리고 맨 왼쪽 상단에 챔버 게이트의 버튼을 눌러 개폐해 보세요. 컴퓨터 뒤에 있는 냉각팬 아래가 진공 챔버예요. 이 안에 웨이퍼가 들어가서 플라즈마 반응을 일으킬 거예요.”
최수정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이 커다란 장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열심히 움직인다.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웨이퍼를 진공챔버 안에 넣어서 공정을 진행하는 단계를 공부하는 중이다. 오늘 수업은 반도체장비유지보수 기능사 자격 취득에 필요한 기본 과정이다. 이러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기업현장에서 제조공정이나 후공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천재능고등학교 스마트반도체과는 우리나라 특성화고 가운데서도 반도체를 가르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경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반도체 분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도제학교’는 학교 중심의 직업교육과 기업 중심의 현장교육을 병행하며 학교에서는 반도 분야의 전공 기초과정을 학습하고 기업에서는 현장 기반 직무기술을 배우는 제도다.
“반도체는 이제 모든 산업에 필요한 필수요소이자 핵심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2~3년을 대기해야 하는 것도 반도체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현재 통계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등을 수행할 고급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전체 종사자 비중으로 봤을 때는 고졸·전문학사 수준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개발한 기술을 빨리 제품화해 공급하는 인력이 필요한 거죠.”
스마트반도체과의 학생들은 이러한 반도체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진로를 결정해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학 후 일주일 중 사흘은 학교에서, 이틀은 ‘학습기업’ 지정 승인을 받은 회사에서 일·학습을 병행하며 반도체 전문기술을 익힌다. 기업과 학습근로 계약을 통해 600~800시간 정도 도제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교육훈련급여를 받고, 교육을 이수한 뒤에는 국가기술 수준의 도제교육 일·학습 병행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일학습 병행 자격’은 기업이 청년 등을 채용한 후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으로 업무현장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평가를 통해 자격을 주는 교육훈련 제도다. 현재 인천재능고등학교 스마트반도체과 졸업생 대부분은 ‘선취업 후학습’을 통해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으며 폴리텍·전문대에 진학하는 동시에 기업의 재직자로 근무하는 ‘고숙련 일학습병행(P-tech)’의 과정을 밟는다.
“반도체 쪽은 복지가 좋기로 유명합니다. 고부가가치사업이기 때문에 현장에 들어갔을 때 임금이나 복지제도 등 전반적인 후생제도가 잘 되어 있어요. 일찌감치 반도체를 선택하면 배울 기회도 많고 성인 이후에도 평생직업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4차산업혁명과 함께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술의 발달 속도만큼이나 전문인력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그러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경제가 달려 있다. 일찍 세상의 흐름에 눈을 뜨고 반도체에 뛰어든 학생들이 있기에 우리의 앞날이 자못 기대된다.
영상 인터뷰 최수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