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뒤덮이는 웃지 못할 촌극.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다가오는 입춘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입춘대길이란 성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봄의 재난’으로 점철되는 미세먼지. 특히 3·4월은 중국 북동지역으로부터 발발한 황사 유입이 가장 빈번한 시기다. 황사뿐 만이 아니다. 봄바람을 타고 날아든 각종 먼지와 꽃가루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의 농도는 켜켜이 쌓여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의 농도를 체크하는 일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국가차원의 어젠다로 설정되기에 이르렀다.
미세먼지 유입은 유통시장의 의도치 않은 변혁을 가져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유통업계 차원으로의 수목 가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세먼지 절감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그린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에 나선 형국이다.
미세먼지 대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심각 수준의 미세먼지 발현을 두고, 미세먼지의 농도가 극심할 경우 국가 또는 공공기관 내 발주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는 강경책을 제시했다.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은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미세먼지와도 그 궤를 함께한다. 소비자의 니즈가 옮겨간 만큼 이에 따른 IT산업도 미세먼지와 오버랩된 모양새다. 각 통신사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미세먼지를 예보하는 솔루션 경쟁에 열을 올리고, 대형 가전업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미세먼지 저감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필터’기술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런 사실은 미세먼지는 여타 자연재해와 달리 확실한 저감 방안이 있다. 아울러 대비 가능한 대책 마련도 지진, 해일 등의 거스를 수 없는 자연 폐해보다 가시적이다. 여기에 IT의 조력을 받는 것, 바로 환경인적자원개발위원회(환경ISC)가 제시하는 이번 호의 방점이다.
폐 질환에 독, ‘미세먼지’
‘지피지기’면 승리한다고 했다. 미세먼지의 각종 대책 이전에 미세먼지의 명확한 정의와 그 원인부터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미세먼지의 가이드라인은 1987년을 기준으로 한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의 가이드라인을 PM2.5로 잡았다. 아울러 2013년에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공시(국제암연구소 기준)하기에 이르렀다.
미세먼지의 기준은 입자의 크기로 나뉜다. 일반적인 미세먼지의 크기는 PM2.5로 정의하는데 사람의 모발 기준으로 30분의 1에 그칠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다.
이처럼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작은 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비가시적이다 보니 공기 중 떠다니는 입자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흡 간 미세먼지는 사람의 호흡기관 곳곳을 침투, 혈관을 통해 체내 이곳저곳에 쌓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폐 관련 질환의 대표적 폐해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환경ISC는 미세먼지 발생의 근원을 크게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 사항으로 구별한다. 자연적 사안은 우리가 흔히 접해 온 모래먼지와 꽃가루 등이다. 인위적인 것으로는 공장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루먼지 등이 속한다.
미세먼지의 영향은 건설시장의 수요마저 바꿔놓았다.
건설현장 간 미세먼지의 발생원인은 부지기수지만 그중 시멘트 날림 정도에 따른 각종 오염물질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일반 시멘트가 아닌 장기강도가 높고 수화열이 낮으며 저항성·내해수성·방수성이 우수한 ‘슬래그시멘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시멘트는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기존 시멘트 대비 현격히 낮을 뿐 아니라 과거 폐기물로 분류됐던 슬래그를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수치상으로 슬래그 시멘트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208CO2·ton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반 시멘트의 20% 수준에 그친다.
이와 함께 ‘광 촉매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광 촉매제 관련 특허의 90% 정도(전 세계 기준)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다.
광 촉매제는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원리로 이뤄진다. 건물 외벽에 분사, 코팅하는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분사된 광 촉매제가 빛을 만나 공기정화의 효과와 함께 항균, 탈취의 기능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광 촉매제를 활용한 도로 코팅 작업이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 촉발의 대표적 물질로 분류된다. 이를 타개하고자 각 지자체는 광 촉매제 도입을 위한 관련 기술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IT를 활용한 대책 마련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란 극심한 이항대립 구조를 낳았다. 인간 편의를 위한 불가피한 수용과 잉여인간 양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 이에 근래까지도 4차 산업에 관한 설왕설래는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범람은 IT의 능동적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황사의 근원지로 일컬어지는 중국은 정부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가동함으로써 각종 AI 기술을 접목한 미세먼지 관련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토지를 약 500㎡ 단위로 분류, 이렇게 분류된 토지의 미세먼지 발원지를 추적 후 상쇄시킨다는 복안이 바로 그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이뤄진 이 대책은 3차원 입체영상을 통해 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하고, 각종 인포메이션을 발동, 이를 통해 모인 미세먼지 데이터를 ‘빅데이터’화 함으로써 약 일주일 후 미세먼지의 경로 및 농도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도 미세먼지에 관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유수의 통신사들은 전국 각지에 분포된 공기 질 측정 결과를 빅데이터화 한 후 미세먼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 메시지 전달을 넘어 방송매체를 활용한 영상 서비스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더 많이’, ‘더 신속히’의 아이덴티티를 내재한 5G 기술 역시 미세먼지 절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미세먼지 청정 보행로’ 등을 안내함으로써 미세먼지로부터의 안전한 외출 길을 제공한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창호 손잡이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A사의 창호 손잡이는 IoT 기술을 접목시켜 손잡이에 내장된 디스플레이가 미세먼지뿐 아니라 실내공기와 날씨 예보까지 제공한다. 특히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공기 질 하락으로 환기가 필요할 시 공기청정기의 가동 요청까지 표시한다.
패션업계도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IT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단순 방진 의류 원단을 넘어 ‘미세먼지 대응형’을 캐치프레이즈화한 ‘스마트웨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류 내 장착된 모듈이 미세먼지 상황을 알려주는가 하면 미세먼지에 관한 대처 가이드가 연결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소비자에게 (미세먼지 관련)각종 상황을 안내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아파트 시장에서도 ‘그린’의 이름을 딴 청정 아파트가 대세다. 여기에도 AI 기술은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내부에 장착된 측정센서를 통해 내·외부 공기 질 수준을 감지, 데이터화한 후 세대별 환기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모토다.